
봄기운이 완연했던 지난 3월 29일, 자연과 생태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연결된 남강고 나비반 출신 동문들이 다시 한 자리에 모였다. 남강자연생태연구회는 서대문자연사박물관 학예팀장으로 재직 중인 12회 정종철 동문이 회장으로 활동하며,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생태 교육과 자연 탐사를 이어온 단체다.
이번 모임의 중심에는 자연사 교육의 산증인이자, 평생을 우리나라 나비 연구에 바친 김용식 선생님이 있었다. 김 선생님은 자신이 수십 년 동안 직접 수집·보존해 온 국내 자생 나비 216종을 포함, 총 239종 958점의 귀중한 나비 표본을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 기증했다. 그 소중한 결정이 내려진 날, 제자들이 중심이 된 이 모임은 단순한 동문회 성격을 넘어 살아 있는 생태 교육의 장이자 헌신에 대한 경의의 자리로 승화되었다.
박물관 한켠 전시 공간에서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10여 명의 동문이 참여했으며, 김 선생님의 직접 해설을 통해 나비 표본의 생태적 특성과 수집 배경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전시를 통해 이들은 단순한 표본을 넘는, 우리 자연을 향한 오랜 사랑과 기록의 깊이를 느꼈다. 특히 희귀종이나 이미 사라진 지역개체에 대한 설명은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주기에 충분했다.
관람 이후 이어진 야외 일정은 인근 자연휴양림에서의 모닥불 저녁 자리였다. 불꽃을 중심으로 펼쳐진 대화에는 학창 시절의 추억과 더불어 자연을 향한 소박하지만 진지한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세대를 넘어 지속되어온 스승과 제자의 인연이 자연이라는 매개를 통해 더 깊어지는 순간이었다.
정종철 회장은 “이번 행사는 단발적인 동문 모임이 아니라, 나비라는 주제를 통해 생태 교육의 가치를 되새기고, 우리 은사님과 건강한 인연을 길게 이어가기 위한 시작”이라며 앞으로 연구회가 생태 문화 확산에 기여하는 동문 조직으로 자리할 것임을 기대했다.
남강자연생태연구회의 이번 행사는 작은 모임 하나가 국내 자연사 연구의 한 축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자리였다. 특히 수집과 연구, 교육이 삼위일체로 연결된 사례로서 그 상징성과 가치는 더욱 크다. 무엇보다 자연과 나비를 향한 한 스승의 평생 헌신이, 제자들에 의해 기억되고 계승된다는 점에서 지역 사회와 학계 모두에 귀감이 되는 본보기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