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강고등학교에서 오래도록 학생들에게 미술의 기초와 예술의 정신을 일깨워 주던 안상규 화백이 이번엔 관람객들에게 시(詩)와 같은 화폭의 향연을 선보였다. 지난 5월 27일부터 6월 17일까지, 호서대학교의 서울 아트 스페이스 호서에서 열린 그의 개인전은 ‘안상규의 화중유시(畵中有詩)–마음으로 보는 그림전’이라는 제목처럼, 그림 속에 감춰진 언어와 이야기들을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으로 전달했다.
이 전시는 안 화백의 예술혼이 담긴 신작들과 대표작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귀중한 기회였다. 특히 ‘정답 없는 풍경’을 화두로 삼은 그의 작품 세계는 백색의 여백 속에 어린 날의 잊힌 기억들을 불러내듯 아련하고, 때로는 감정의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강렬한 채색으로 관람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는 물감 하나, 붓 자국 하나에도 자신의 정체성과 존재의 물음을 담는다. 그의 그림은 설명이 되질 않고 다만 감각으로 느껴지며, 보는 이로 하여금 고요히 자신 안의 기억과 감정을 소환하게 만든다.
안 화백은 남강고에서 미술교사로 재직하며 수많은 제자들에게 따뜻한 스승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러나 교단을 떠난 이후에도 그는 작업실에서 쉼 없는 붓질로 시대와 삶, 자연을 담아내며 화가로서의 길을 묵직하게 걸어왔다. 그러한 세월이 오롯이 스며든 이번 개인전은 그가 견지해온 삶과 철학, 그리고 끊임없는 표현의 열정을 집약적으로 보여준 자리였다. 그림마다 배어 있는 정적인 아름다움과 다층적인 감정의 고조는 그의 내면에서 비롯된 시간이자 우리의 시간이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안상규 화백은 한국 현대미술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자신의 서정적 화풍으로 관습과 상업을 넘어 진정한 예술의 본질에 한 걸음 더 다가서고자 했다. 그는 여전히 묻는다. 그림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는 그 물음 앞에 잠시 멈춰 서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