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학생들에게 향수 수업이라니, 처음엔 다소 이질적으로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난 5월, 남강고등학교에서 진행된 MBTI 향수 만들기 체험 수업은 그러한 편견을 완전히 깨뜨린 뜻깊은 시간이 되었다. 이날 수업은 약 두 달 전부터 담당 교사의 예약과 깊은 관심 아래 철저히 준비되었으며, ‘남학생은 향수에 관심이 없다’는 고정관념을 뒤엎는 결정적 사례가 되었다.
학생들은 수업이 시작되기 무섭게 시향에 몰입했고, “올리브영이나 백화점 1층 냄새 같다”며 흥미를 드러냈다. TOP-MIDDLE-BASE로 구성된 조향 이론도 큰 어려움 없이 빠르게 익혀 나가며, 자신만의 향을 조합하는 데에 진지하게 임했다. 특히 한 학생은 “향수 10개도 만들 수 있다”며 진심 어린 관심을 보였다. 물론 수업 특성상 1인당 1개 제작으로 제한되긴 했지만, 그러한 질문 자체가 학생들의 높은 몰입도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흔히 MBTI 테스트를 활용한 수업은 단순한 흥밋거리쯤으로 여겨지기 쉽지만, 이날의 향수 만들기 프로그램은 그 이상의 교육적 의미를 담고 있었다. MBTI를 반영한 16가지 향 베이스 중 자신의 성격 유형에 맞는 향기를 선택하고, 이를 토대로 탑-미들-베이스 노트에 따라 조향하는 단계는 학생들의 자기이해와 감각 발달이라는 중요한 체험을 가능하게 했다.
향수병 꾸미기 단계에서도 학생들의 개성이 빛났다. 기대와 달리 MBTI 스티커보다 감성 문구나 꽃 모양 스티커를 선택하는 학생이 많았고, 이는 향기에 대한 개인의 취향과 정서가 천편일률적인 분류를 넘어섬을 보여줬다. 여기에 학생 스스로 향을 결정하고 병을 꾸미는 과정은 자율성과 창의성을 북돋우는 실질적인 미적 체험으로 이어졌다.
수업을 마친 후에도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정리를 도우며 강사의 장비 운반을 지원하는 등 예의를 갖춘 모습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는 단순한 일회성 체험을 넘어 교사와 외부 강사 간의 상호 존중, 학생들의 책임의식까지도 엿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이번 체험 수업을 통해 ‘남학생은 향수에 관심이 없다’는 사회적 통념은 설 자리를 잃는다. 오히려 성별을 막론한 향에 대한 관심, 향을 매개로 한 자기표현의 가능성, 그리고 체험형 수업의 교육적 효과가 얼마나 큰지를 여실히 보여준 행사였다. 앞으로 더 많은 청소년들이 향기라는 감각 세계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기를 기대해본다. 덧붙여, 학생들에게 잊지 못할 향기로 기억될 이번 수업이, 평생 간직할 ‘첫 향기’로 남기를 바란다.
사진 출처 : 아로마뷰티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