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은 누구의 편인가? : 소수의견과 기본권 보호’라는 제목 아래 귀중한 헌법 판례집이 출간됐다. 저자는 이영진 전 헌법재판관. 그는 2024년 10월, 6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조용히 헌법재판소를 떠났다. 그러나 그는 법정 밖에서도 여전히 헌법을 말하고 있었고, 마침내 그 숙연한 기록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지난주 열린 출판기념회에는 법조계와 학계 인사들이 다수 참석해, 그의 헌법적 신념과 인생 2막을 축하했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석좌교수 및 법무법인 선운의 고문변호사로 활동 중인 이 전 재판관은 자신이 남긴 소수의견을 중심으로 이번 판례집을 구성했다. 3천 건 이상 접수되는 헌법사건들 중에서도 가장 첨예하게 의견이 갈렸고, 그중 본인이 다수 견해와 다른 소수의 목소리를 낸 결정들을 중심으로 엮었다. 이는 권력과 다수의 그늘에서 기본권의 마지막 보루로 기능한 소신의 기록이기도 하다.

책에서는 임명장 수령부터, 국외 헌법포럼에서의 연설문, 취임과 퇴임사 등을 수록해 헌법재판관으로서 살아온 시간의 결을 고스란히 담았다. 그는 “기본적으로 공익을 기준으로 하되, 수인의 한계를 넘는 기본권 침해가 발생했을 때, 불합리한 일상이 지속될 때, 소수의견을 내어 그 변화를 시도했다”고 회고한다. 그의 소수의견은 때로는 법정의견과 충돌했고, 때로는 단절된 채 남았지만, 그는 이를 “우리 헌법이 품고 있는 다양성과 민주주의의 또 다른 얼굴”이라 표현했다.
간통죄 위헌 결정처럼, 과거의 소수의견이 시간이 지나 다수의 판결이 된 사례를 언급하며 그는 “소수의견은 어떤 시대의 유물이나 패배의 기록이 아니라, 미래의 가능성이자 민주 헌정 질서의 또 다른 설계도”라고 강조한다.
그가 재임 중 관여했으나 이번 책에서는 제외된 결정들도 분명 존재한다. 성폭력처벌법 일부 위헌,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 탄핵 심판 기각, 이정섭 검사 탄핵 사건과 같은 굵직한 판례들은 법정 다수의견에 섰거나 전원일치였기에 제외됐다. 이는 책이 단순한 결정 요약집이 아니라, ‘헌법의 경계에서’ 소수의 시선으로 바라본 피력의 기록임을 강조한다.
책은 당시 헌법재판소 내부 논의의 뒷이야기나 개인적 해석을 첨가하지 않고, 공식 결정문 전문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그는 “어떤 견해가 더 옳은지는 독자 판단에 맡긴다”고 밝히며, 각 판결의 역사적 의미는 갈등의 언어가 아닌 성찰의 기록으로 남기려는 자세를 보였다.

30년 넘게 법의 최전선에서 ‘다수’가 아닌 ‘헌법’의 편에 섰던 재판관 이영진. 그의 소수의견은 단 한 사람의 고립된 시선이 아니라, 변화를 향한 사회의 또 다른 목소리임을 이 책은 차분히 증명한다. 시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써 내려간 그의 기록이 앞으로 헌법재판의 토대가 되고, 보다 성숙한 민주주의를 위한 울림으로 남길 기대한다.
늘 응원드립니다. 멋진 책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