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혁(남강8회·의학박사, 알렌정이비인후과의원장)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는 꽃가루 알레르기 검사는 현재 약 25~40여 종류의 식물 항원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이들 항원은 대부분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식물이고, 인간의 식생활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알레르기 항원에 대해 개별적인 이해 없이 ‘수목 화분’, ‘목초 화분’, ‘잡초 화분’과 같은 포괄적인 분류 방식으로 환자에게 설명해 온 경우가 많았으며, 이러한 설명 방식은 다양한 항원을 단순화하여 전달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해온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알레르기 면역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실제 임상 현장에서도 그 활용이 점차 확대됨에 따라, 각 진단 항원의 특성과 식물학적 배경에 대한 이해 없이 면역요법의 적응증을 판단하거나 효과를 정확히 예측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2017년을 기점으로 WHO/IUIS(세계보건기구/국제면역학연합), EMA(유럽의약품청), CE-IVDR(유럽 체외진단기기 규정) 등에서 항원에 대한 국제 기준이 대폭 강화되면서, 검사 항원의 선택과 해석 방식도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꽃가루 알레르기 검사에서 흥미로운 점은, 우리나라는 지구 북반구의 온대 지역에 위치하여 사계절이 뚜렷하고 식물의 분포가 다양하여, 유럽이나 미국 등 서구 국가들과 유사한 식물 종이 분포하는 특징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식물의 분포 양상이나 이용 방식에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우리나라에도 유럽이나 북미 등에서 알레르기 진단에 사용되는 식물들과 유사한 종들이 대부분 분포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검사 항원에 대한 감작 여부를 확인하고 이를 환자에게 설명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지금까지 유럽에서 주요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식물을 기반으로 제작된 항원을 국내에서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편, 꽃가루 알레르기 검사에 사용되는 식물 항원이 약 40여 종류에 불과하더라도, 이를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항원은 속(Genus)명으로 표기된 것이 많은데, 오리나무(Alder), 자작나무(Birch), 개암나무(Hazelnut), 참나무(Oak), 단풍나무(Maple), 느릅나무(Elm), 버드나무(Willow), 물푸레나무(Ash), 너도밤나무(Beech), 플라타너스(Sycamore) 등 대부분의 나무화분 항원들은 특정 종이 아닌 해당 속에 포함된 여러 종(species)을 대표하는 일반적인 속명으로 표기된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식물 분류 체계상, 하나의 속에는 대체적으로 수십에서 수백 종의 식물이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 자작나무속(Betula)은 전 세계적으로 약 40여 종이, 참나무속(Quercus)에는 약 500여 종이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만일 알레르기 유발 식물을 속(Genus) 단위가 아닌 종(species) 단위로 구분하여 살펴본다면, 우리나라에 자생하거나 분포하는 식물 종이 유럽이나 북미 지역에서 제작된 항원의 식물과는 다른 경우가 많다는 점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진단 항원을 속명(Genus)으로 표기하는 방식은 실용성 측면에서 해당 속에 포함된 여러 종 간의 면역학적 유사성에 기반한 것이다. 그러나 속 수준으로 표기된 항원은 그 속의 여러 종을 대표할 뿐이며, 실제 국내에서 감작을 일으키는 식물과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을 항상 고려하여야 한다.
그런데 WHO/IUIS에서 관리하고 있는 국제 알레르겐 명명 시스템은 종(species) 단위를 기준으로 알레르겐을 정의하고 표준화하고 있다[1]. 이는 진단의 정확성과 재현성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면역요법의 효과 예측과 안전성 확보, 그리고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품질관리를 위한 목적에 따른 것이다. 이 명명법에 따르면 알레르겐 표기는 속명(Genus)의 앞 세 글자 + 종명(Species)의 첫 글자 + 숫자의 조합으로 이루어집니다. 예를 들어 자작나무의 Bet v 1, 티모시의 Phl p 5, 돼지풀의 Amb a 1 등이 그 예이다.
다시 말해, “항원의 면역학적 특성은 속(Genus)을 대표하지만, 그 명명과 임상적 적용은 종(species)을 기준으로 표기되고 표준화된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알레르기 유발 식물에 대해 속과 종 수준의 계통분류학적 접근을 시도할 때, 어려운 점 중 하나는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식물의 국명이 학명 기반의 분류학적 체계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속 전체를 대표하는 국명이 존재하지 않으며, 같은 속에 속한 식물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예를 들어 ‘자작나무’는 일반적으로 ‘Betula pendula’를 의미하지만, 같은 속에 속하는 박달나무(B. schmidtii), 물박달나무(B. dahurica), 사스래나무(B. ermanii), 거제수나무(B. costata) 등은 이름만 보아서는 그 계통적 연관성을 알기 어렵다. 이러한 명칭상의 단절은 꽃가루 알레르기 진료에서 식물 간의 관계를 설명할 때 혼란을 일으킬 수 있으며, 교차반응에 대한 이해나 면역치료 항원의 선정 과정에서도 혼동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국내 자생 식물에 대한 알레르기 진단과 환자 교육에 있어서는 국명뿐 아니라 학명과 계통분류학적 정보도 함께 고려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WHO/IUIS – World Health Organization / International Union of Immunological Societies
(전 세계 알레르겐 단백질의 명명, 분류, 등록을 담당함)
EMA – European Medicines Agency
(생물학적 제제 포함 의약품 규제 기관, 면역치료용 알레르겐 제제에 대한 품질/안전성 평가)
CE-IVDR – Conformité Européenne – In Vitro Diagnostic Regulation
체외진단의료기기에 대한 CE 인증 요건을 명확히 규정하는 유럽 규정 (EU 2017/746)
(2) 꽃가루 알레르기의 중심축! 자작나무 – 계속
남강가족 행복채널 남강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