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속 오대산 선재길 완주…남강고 3회 산악회 229차 정기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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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KTV] 차은탁 대기자

폭우가 쏟아지는 강원도 오대산 상원사 앞마당. 우비도 없이 빗속에 선 34명의 중년 사내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누군가 “우리가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갈 순 없지 않냐”고 외쳤다. 남강고 3회 산악회 제229차 정기산행이 2026년 8월 8일 그렇게 시작됐다.

남강고 3회 산악회(회장 김종민)는 이날 강원도 오대산 국립공원 선재길 트레킹 원정산행을 진행했다. 참석 인원은 34명으로, 오전 6시 50분 서울 교대역 9번 출구에 집결한 뒤 버스로 이동해 오전 10시 상원사에 도착했다. 그러나 도착과 동시에 쏟아지는 폭우가 일행을 맞았다.

집행부는 즉각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김종민 산악회장과 최남철 산악대장이 중심이 돼 현장 논의를 이끌었다. 결론은 우중 산행이었다. 다만 건강 상태가 여의치 않은 일부 회원들은 버스 안에서 대기하다가 종착지인 월정사로 곧장 이동하기로 했다. 산악회 집행부의 판단이 유연하게 작동한 순간이었다.

이날 트레킹 코스는 오대산 선재길이었다. 상원사에서 월정사까지 오대천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약 9킬로미터의 숲길로, 고도 차이가 거의 없어 평지를 걷는 듯한 느낌을 주는 대표적인 힐링 코스다. 울창한 전나무 숲이 하늘을 덮고, 계곡을 따라 흐르는 맑은 물소리와 새소리가 길 내내 동행하는 곳이다.

빗속이었지만 분위기는 오히려 더 뜨거웠다. 김종민 남강3회 산악회 회장은 “상원사에서 출발할 때 폭우가 내려 걱정도 됐지만, 고교 동기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걷다 보니 무더운 여름과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버릴 정도의 힐링이 됐다”고 밝혔다. 빗줄기가 오히려 계곡의 물소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고, 촉촉하게 젖은 숲길은 걸음마다 싱그러운 흙냄새를 선물했다.

이날 산행에는 동기회에서도 함께했다. 이남우 남강3회 동기회 회장과 이복우 동기회 감사가 동참하며 자리를 빛냈다. 산악회와 동기회가 한 길을 함께 걸은 것은 두 조직 간의 오랜 유대를 상징하는 장면이기도 했다.

월정사 인근 식당 “장수현 산양삼을 품은닭”에서 이어진 뒤풀이는 산행의 대미를 장식했다. 삼계탕과 시원한 막걸리, 소주, 맥주가 오간 자리에서 34명은 저마다 쌓인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차은탁 대기자는 “오랜 지기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행복하고 즐겁다”며 “금년 유난히 더운 날씨를 버틸 몸보신이 되는 느낌”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원정산행에는 찬조도 이어졌다. 남강3회 골프 모임인 남삼골(회장 윤경식, 사무총장 유근대)과 남강3회 빌리아드(회장 최영, 사무총장 이상호, 운영위원 이인우)가 원정산행을 후원하며 뜻을 함께했다.

이번 산행은 229번째 정기산행이라는 숫자 자체가 이 모임의 무게를 말해준다. 수십 년 전 같은 교복을 입었던 이들이 세월이 흐른 뒤 다시 같은 길을 걸으며 쌓아온 발자국의 합산이다. 김종민 회장, 이상호 부회장, 김용규 사무총장, 최남철 산악대장,송상권 산악부대장,노기성 감사가 꾸려온 집행부가 매번 산행을 기획하고 조율하며 229차라는 숫자를 만들었다.

남강고 3회 산악회는 단순한 등산 모임이 아니다. 고교 동창이라는 끈을 매개로 정기적인 만남을 이어가는 사회적 공동체다. 젊은 시절의 기억을 공유한 이들이 중년을 넘기며 건강과 우정을 함께 챙기는 방식으로 이 모임을 택했다. 폭우 속에서도 산행을 강행한 이날의 결정은 그 정신을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김종민 남강3회 산악회장은 마지막으로 “남강3회 친구들이 무더운 여름을 건강하게 즐겁게 보내길 바란다”며 “우리는 남강고 3회 산악회”라고 밝혔다. 빗속의 선재길을 함께 걸은 34명의 표정에는 이미 그 답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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